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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톡] 초혼만 예배당 빌려주는 교회, 재혼가정은 외면하나요

2017/01/30 16:30


며칠 전 종교국에서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화가 많이 난 것 같았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동 S교회 집사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지 벌써 10년이 됐네요. 이제 재혼하고 싶습니다.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다니는 교회에서 초혼이 아닌 사람에게는 교회를 결혼식장으로 빌려줄 수 없다는 거예요.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어릴 때부터 이 교회에 다녔고 십일조, 감사헌금도 꼬박꼬박 냈는데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항의는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몇 해 전에도 교회의 이 같은 처사를 바꿔야 한다며 항의하는 전화와 이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S교회 홈페이지에는 ‘결혼예배 신청자격 및 조건’이란 항목이 있었습니다. 교회 등록신자여야 하며 ‘결혼은 모두 초혼이어야 한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또 ‘이혼자 및 동거 중의 결혼은 본 교회에서 진행할 수 없다’라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왜 이런 규정이 있어야하는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S교회 관계자들에게 문의했습니다. 교회 행정담당 목사는 이혼에 보수적인 교단 헌법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S교회 소속 교단 헌법에는 그런 규정이 없었습니다. 행정담당 목사가 잘못 알고 답변한 것이지요. 다만 ‘당회는 예배모범에 의지해 예배의식을 전관하되 모든 회집시간과 처소를 작정할 것이요, 교회에 속한 토지가옥에 관한 일도 관장한다’고만 쓰여 있었습니다.

이 교회의 또 다른 목사는 “결혼예배 장소가 협소한데다 성경은 이혼이나 동거를 권장하지 않는다. 종교적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런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언뜻 보면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혼자를 모두 배척하는 건 무리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재혼이 크게 늘어나는 사회적 추세를 비춰 볼 때 무리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이혼을 금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이혼자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고 돕는 일은 교회가 감당해야 할 귀한 사역이라 조언하는 분도 있습니다.

법조계도 의견이 갈립니다. 사적자치(私的自治) 원칙에 따라 법이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의견과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초혼만 예배당 빌려주는 교회, 성도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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