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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요나3일 영성원' 단식기도 현장을 가다

2017/01/30 16:29



설 연휴를 반납하고 0.5평(1.7㎡)도 안 되는 공간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 밑바닥에서 음식은 물론 물까지 끊고 기도한다. 에스더와 모세처럼 ‘죽으면 죽으리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설 명절 첫날인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기슭 ‘요나3일 영성원’ 기도실 50개는 만실이었다. 2800여년 전 북이스라엘 선지자 요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다. 니느웨가 아닌 다시스로 배를 타고 도망쳤다. 그러다 물고기 뱃속에 갇힌다. 요나가 3일간 그곳에서 머물며 발견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과 ‘사면이 벽이라도 하늘문은 열려있다’는 것이었다(욘 2). 서대문구의 ‘요나’들도 인생의 ‘풍랑’ 앞에 간절히 하나님을 찾고 있었다.

영성원에 입소하면 휴대폰부터 반납한다. 갑자기 외부와 연결된 끈을 놓으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분주한 일상과 단절되니 길이 1.7m, 폭 80㎝의 기도실이 무덤처럼 고요했다.

입소자들은 오후 2시, 오후 9시, 자정에 기도회에 참석해야 한다. 오후 2시엔 이에스더(72) 원장과 장덕봉(57) 목사가 메시지를 전한다. 나머지 시간엔 개인기도실에서 침묵기도와 성경묵상을 한다.



오후 9시가 되자 1층 예배실로 ‘요나’들이 모였다. 큰 소리로 ‘아버지’를 외쳤다. ‘이렇게 큰 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던 게 언제였던가.’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감정이 밀려왔다. 자정 기도회도 비슷했다. 편한 집을 두고 나와 배를 움켜쥔 채 절대자를 찾는 기도자들의 모습이 어둠 너머로 보였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 걸까.’ 여호와를 피해 달아났던 요나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곡기(穀氣)를 끊은 첫날엔 보통 머리가 아프다. 둘째 날에는 한계에 다다른다. 하지만 셋째 날이 되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둘째 날 아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머리가 무거웠다.

노강욱(30)씨는 “처음에는 머리가 너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을 했다”면서 “물고기 뱃속에서 부르짖었던 요나처럼 육신의 생각을 끊고 하나님과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지니 앞으로의 진로나 사명에 대한 생각보다 회개하는 마음부터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주님과의 첫사랑을 회복하고 소명을 되찾는다. 그래서 과부하에 걸린 목회자 사모 신학생 선교사 장로 집사 등이 주로 방문한다. 다음 달 I국으로 선교를 떠나는 이은주(44·여)씨는 “영성원은 다수가 아닌 소수의 회복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기도원과 달리 지켜야 할 수칙이 많다”면서 “금식기도를 하면서 하나님이 내게 무얼 원하시는 지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을 마시지 않으니 시간이 갈수록 입술이 갈라지고 혓바닥이 까칠해졌다. 기도자들은 극심한 갈증과 허기를 반복하며 “이 큰 폭풍을 만난 것이 나 때문인 줄을 내가 아노라”(욘 1:12)는 요나의 심정에 다다른다. 실패에 따른 절망감, 누군가에 대한 원망, 정죄의 원인이 모두 자신에게 있음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통회자복한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나를 믿었고 내가 하나님 노릇을 했습니다. 회개 기도가 막 터져 나왔습니다. ‘요나 요나 요나 나요 나요’, 다 내 탓이었습니다.”(원모씨)

“문제는 그 사람 때문이라고 하면서 불평·불만하고 미워했던 모든 광풍이 모두 요 ‘나’, 나 때문이었습니다.”(이모씨)

영성원은 17년 전 설립됐다. 그동안 2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백루디아(45·여) 사무장은 “이곳은 어영부영 살던 한가한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일당백으로 왕성하게 사역하던 주님의 종들이 찾는 곳”이라며 “그분들이 탈진하거나 잠시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니느웨’로 돌아갈 수 있도록 봉사자들이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명자들이 영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원장은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마치면 일반 병실로 옮기듯 많은 사명자들이 이곳 ‘영혼의 응급실’에서 식음을 전폐하며 주님을 만난다”면서 “인생의 끝자락에서 하나님의 시작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성원은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다. 내부는 산호벽돌과 대나무 바닥으로 돼 있고 매번 깨끗한 이불을 제공한다. 이용료는 없다. 영성원을 내려오는 길, 인왕산의 상쾌한 밤공기가 밀려왔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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